2024년, 미국에서 매주 한 개씩 대학이 문을 닫았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대학이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최소 16개의 비영리 대학이 폐교를 발표했다. 거의 일주일에 한 개꼴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80개 대학이 문을 닫고 10만 명 이상의 학생과 2만 명의 교직원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부터 2021년 사이 미국의 학부 등록률은 15% 감소했다(1,810만 명에서 1,540만 명으로). 하지만 더 극적인 상황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학 미충원 인원은 4만 명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10만 석 이상이 비어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학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대구대학교는 2025년 사회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강원관광대학은 2024년 2월 완전히 문을 닫았다.
숫자는 명확하다. 1995년 71만 5천 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20년 27만 200명으로 떨어졌다. 대략 10년마다 출산율이 3분의 1씩 줄어든 것이다. 합계출산율 0.7명. 대학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2.1~2.4명이 필요하다.
파이프라인이 끊겼다. 18년 후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 대학들은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빅테크 리더들이 대학 학위를 쓸모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9일, 일론 머스크는 Satellite 2020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위한 곳이고, 당신이 숙제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곳이지만, 배움을 위한 곳은 아니다. 배우기 위해 대학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대학에 갔을까? 아마 아닐 것”이라고 반문하며, SpaceX와 테슬라의 채용에서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포드 박사과정에 입학했던(곧 중퇴했지만) 그가 한 말이다.
피터 틸은 더 직설적이다. 2011년 그는 22세 이하 젊은이들에게 대학을 중퇴하거나 아예 가지 말라며 10만 달러를 지원하는 ‘틸 펠로우십’을 만들었다(2024년 현재 20만 달러로 증액). 런칭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지만 그에 상응하는 제품 개선은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대학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라고 믿는다. 무언가가 과대평가되고 맹목적으로 믿어질 때, 그건 거품의 징후다.”
2018년 루빈 리포트 팟캐스트에서 그는 더 나아갔다: “과도한 교육의 단점 중 하나는 가장 많이 세뇌당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총장 래리 서머스는 틸 펠로우십을 **”이 10년간 가장 잘못된 자선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와 관계없이, 결과는 나왔다. 271명의 펠로우 중 11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Loom은 2023년 아틀라시안에 9억 7,500만 달러에 인수됐다.
이것은 극소수 천재들의 이야기일 뿐일까? 2024년 기준, 미국 기업의 55%가 특정 직무에 대한 학위 요구사항을 철폐했다. 델타항공 CEO 에드 바스티안은 조종사 포함 모든 직무에서 학위 요구사항을 없앴다.
대학 졸업장의 ROI가 마이너스인 학교가 30%다
조지타운 대학교 교육 및 인력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고등교육 기관의 30%(1,233개교)에서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10년 후 고졸자보다 적게 번다.
반대편도 보자. 상위권 대학의 40년 중위 투자수익률(ROI)은 91만 8천 달러다. 문제는 이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학위 소지자의 평균 소득은 고졸자보다 75% 높지만, 그것은 ‘평균’일 뿐이다. 하위 30%는 오히려 손해다.
미국 학자금 대출 총액은 2024년 4분기 기준 1조 8,140억 달러다. 연방 대출만 4,250만 명이 빌렸고, 평균 부채는 3만 9,075달러다. 가장 심각한 수치는 이것이다: 2024년 10월, 미상환 대출자의 20%가 연체 상태였다. 2023년 16%에서 상승했다. 신용카드 연체율의 거의 두 배다.
1980년 이후 대학 등록금과 수수료는 가계 소득 증가 속도의 19배 속도로 올랐다. 2024년 평균 비용은 연간 3만 8,270달러다.
투자 대비 수익이 마이너스인 상품에 평균 4만 달러를 빌려 사고, 그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5명 중 1명. 이것을 ‘교육’이라 부를 수 있을까?
대학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세계경제포럼의 2025년 미래 일자리 보고서는 2030년까지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9,2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순증 7,800만 개. 하지만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종류’다.
2030년까지 변화할 핵심 역량의 비율은 **39%**다. 상위 10개 성장 스킬은 다음과 같다:
- AI와 빅데이터
- 네트워크와 사이버보안
- 기술 문해력
- 창의적 사고
- 회복탄력성과 유연성
- 호기심과 평생 학습
-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
- 인재 관리
- 분석적 사고
- 환경 관리
보고서는 강조한다: “결정적으로, 이것들은 사람의 스킬이다. 리더십, 팀워크, 협상, 관계 구축 같은. 이 스킬들은 AI 기술 구현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운영에 모두 필수적이다.”
MIT, 핀란드, 뉴질랜드가 교육 개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같다: 메타인지(thinking about thinking), 문제 분해 능력, 오케스트레이션 역량.
문제 분해(problem decomposition)란 “복잡한 문제를 작은 하위 문제들로 나누는 능력”이다. 2019년 Rich 등의 연구에 따르면, 4살 아이도 문제 분해 접근법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학습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인지 발달에 깊이 연결된 능력이다.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은 2024년 Teneo AI가 정의한 바로는 “여러 AI 구성요소, 기술, 프로세스를 조정하고 관리하여 응집력 있는 지능형 시스템을 만드는 정교한 능력”이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오늘날의 리더는 인간 동료와 인공지능을 모두 조화시켜야 한다.
핀란드는 2014년(2016-2019년 구현) 국가 핵심 교육과정을 개혁하며 전통적인 과목 구분을 없애고 **7가지 횡단 역량(transversal competences)**을 수립했다:
- 사고와 학습법 배우기
- 문화 역량, 상호작용과 표현
- 자기 돌봄과 일상 생활 관리
- 다문해력
- ICT 역량
- 직장 생활 역량과 기업가정신
- 참여, 관여, 지속가능한 미래 구축
이것들은 대학 입시를 위한 과목이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다.
우리는 직업이 정체성이었던 마지막 세대를 키우고 있다
2016년 Pew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0%만이 “직업에서 정체성을 얻는다”**고 답했다. 33%는 직업을 단순히 월급을 받는 수단으로 본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 비율은 더 높다.
2024년 스탠포드 대학 연구는 Z세대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 인터넷이 일상의 일부로 존재하며 성장한 첫 세대
- 디지털 커뮤니티를 통한 정체성 형성 (위키, 팬덤, 온라인 하위문화)
- 위계를 위한 위계 거부
- 일과 삶의 균형 우선 (“인간 경험에 가치를 두며, 삶이 일보다 크다는 것을 인식”)
- 낮은 회사 충성도 (2008년 금융위기를 보며 “직장은 직원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
맥킨지 2024년 연구는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긍정적 삶의 전망이 낮고, 정서적·사회적 웰빙이 낮으며, 더 개인주의적이지만 개인 표현 감각은 더 강하다고 보고했다.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에서 Z세대의 67%가 직장 차별을 목격했고 44%가 직접 경험했다. 그들에게 다양성과 포용은 ‘좋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당연한 기대다.
가장 충격적인 수치: Z세대의 68%가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 스트레스를 느낀다(이전 세대는 더 낮음). 54%는 “일에 참여하지 않는다”(이전 세대보다 약간 높음).
세계경제포럼 2025년 보고서는 2034년까지 선진국 노동력의 80%가 밀레니얼, Z세대, 알파 세대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일 기반 정체성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맺는 세대들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현실이다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문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그럼 우리 아이는 뭘 해야 하나요?”
답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암기와 시험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구글이 1초 만에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외우는 데 아동기를 소진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배우는가’, ‘어떻게 여러 요소를 조율하는가’다.
둘째, 배움의 목적이 달라졌다. 대학 입학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 직업을 얻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무언가에 깊이 몰두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셋째, 정체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넌 뭐 하는 사람이니?”라는 질문에 “나는 ○○ 회사 다녀요”로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취약하다. 관계, 창작, 신체 활동, 지역사회 참여 – 다양한 정체성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대학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의학, 법학 같은 일부 분야는 여전히 구조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이 ‘당연한 다음 단계’였던 시대는 끝났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매주 문 닫는 대학들, 10만 석 미달 충원, 마이너스 ROI, 20% 대출 연체율. 이것들은 ‘위기의 징후’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시스템 붕괴의 증거다.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인정할 준비가 되었는가다. 그리고 인정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