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왜 아이를 숲으로 보내야 할까? 자연이 뇌를 바꾸는 이유

지난 토요일, 뉴질랜드 타이토모 자연보호구역 트레킹 중이었습니다.

4살이 바위에 발이 끼었습니다. 빼려다 더 끼었고, 당황했습니다. 6살 형이 다가와 돌을 한 개씩 빼기 시작했습니다. 10분쯤 걸렸을까요. 동생 발이 빠졌습니다.

저는 3미터 떨어진 곳에서 지켜만 봤습니다.

“아빠 왜 안 도와줬어?”

“너희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게 제가 주말마다 아이들을 숲에 데려가는 이유입니다.

ChatGPT한테 물어보면 3초 만에 답이 나오는 세상에서, 10분 동안 돌 하나하나 빼는 경험.

한국 아이들은 하루 34분만 밖에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3-9세 한국 아동은 하루 평균 34분만 야외에서 보냅니다. 미국 아이들(119분)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대신 하루 3시간 이상 스크린을 봅니다. 3-4세 평균 184분. TV, 스마트폰, 태블릿 합쳐서요.

반대로 학원은 72분. 야외 놀이(36분)의 두 배입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사실 이 숫자들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안도했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에 있어서.” 하지만 동시에 이상했습니다. 왜 우리는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는 게 “특별한 선택”이 된 걸까요?

자연이 뇌를 바꿉니다 (말 그대로)

바르셀로나에서 253명의 7-10세 아동을 3D MRI로 촬영한 연구가 있습니다. 평생 녹지 공간 근처에서 자란 아이들은 전전두피질의 회백질이 더 많았습니다.

전전두피질. 주의력, 기억력, 계획,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더 놀라운 건 핀란드 연구입니다. 도심 어린이집 마당에 산림 토양, 잔디, 정원 상자를 추가했습니다. 단 28일 만에 아이들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해지고, 면역 지표가 개선되었습니다.

4주요. 한 달도 안 됩니다.

자연은 뇌와 몸을 바꿉니다. 비유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변화로요.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미국 41개 주 2,103명의 아동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집에서 1.2km 이내에 녹지 공간이 많을수록 2-5세 아동의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 효과가 2-5세에만 나타났다는 겁니다. 6-11세에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유아기가 녹지 공간의 혜택을 받는 결정적 시기라는 뜻입니다.

AI 시대의 역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자녀에게 기술 사용을 가장 엄격하게 제한했습니다.

잡스는 iPad를 출시하면서도 자녀에게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2010년 뉴욕타임스 기자 닉 빌튼이 “아이들이 iPad를 좋아하겠네요?”라고 묻자, 잡스는 이렇게 답했죠. “아이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집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기술을 사용하는지 제한합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에 따르면, 잡스는 매일 저녁 부엌의 긴 테이블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책과 역사와 다양한 것들에 대해 토론했고, 누구도 iPad나 컴퓨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게이츠는 14세까지 휴대전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자녀를 Waldorf School에 보냈는데, 이 학교는 8학년까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흑판과 색분필, 뜨개질, 목공을 합니다.

놀라운 건, 이 학교 학생의 75%가 하이테크 산업 부모를 둔다는 겁니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녀에게 기술을 가장 멀리합니다.

왜일까요?

세계경제포럼의 2025 Future of Jobs Report는 2030년까지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창의적 사고, 회복탄력성, 정서지능, 문제해결 능력을 꼽았습니다.

이 모든 역량은 AI가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개발됩니다.

Utah 대학 연구에 따르면 4일간의 야생 탐험 후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50% 향상되었습니다. 모든 기술 도구 없이, 그냥 자연 속에서 4일.

뉴질랜드에서 우리는

주말마다 하이킹을 갑니다.

한국 친구가 물었습니다. “매주 가요? 애들 힘들어하지 않아요?”

처음엔 힘들어했습니다. 4살은 100미터마다 “아빠 안아줘” 했고, 6살은 “왜 이런 거 해야 돼?” 물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6살은 앞장서서 걷습니다. 나뭇가지로 길을 만들고, 돌멩이를 모아 “이건 마법 돌”이라고 합니다. 4살은 흙을 만지고, 벌레를 관찰하고, 넘어져도 혼자 일어납니다.

이 시간에 스마트폰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요.

한국 엄마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에 학원 하나 더 보내지.”

하지만 저는 압니다.

학원에서는 바위에 낀 발을 10분 동안 빼는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걸. AI한테 물어봐서는 나무 뒤에서 나타난 새를 보는 놀라움을 느낄 수 없다는 걸.

캠핑은 특별합니다

트레킹도 좋지만, 캠핑은 다릅니다.

미국 캠프 협회의 5,000가족 연구에 따르면:

  • 96%의 아이들이 새 친구를 사귀었고
  • 74%가 처음 두려워했던 일을 해냈으며
  • 70%의 부모가 자녀의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캠핑은 불편함을 가르칩니다.

비가 와서 텐트가 젖고, 밤에 춥고, 화장실이 멉니다. 와이파이도 없고, 유튜브도 안 됩니다.

이게 교육입니다.

AG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시대에,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체코 연구에서 2주 캠핑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가족 결속, 자연 감상, 영성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주제를 배우고, 가족 유대가 강화되고, 자연과 연결되었습니다.

스크린 없는 환경에서요.

한국의 현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전체 주택의 62.3%가 아파트고, 59%의 가구가 아파트에 삽니다.

정원도, 마당도 없습니다. 나가면 차도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캠핑 문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9년 300만 명이었던 캠퍼가 2021년 700만 명이 되었습니다. 133% 성장이죠.

부모들이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아야 한다는 걸.

단지 어디서, 어떻게 할지 모를 뿐입니다.

완벽하지 않습니다

저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엔 유튜브 틀어줍니다. 피곤한 저녁엔 아이패드로 30분 벌죠. 주말 하이킹도 가끔 취소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합니다.

더 많은 시간을 밖에서. 더 적은 시간을 스크린에서.

뉴질랜드 환경부는 “자연과 보낸 하루 2시간”을 권장합니다. 매일 2시간. 한국 아이들(34분)의 거의 4배입니다.

우리는 주중엔 하루 1시간, 주말엔 3-4시간을 목표로 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34분보단 많습니다.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의 아이는 지난주에 몇 시간을 밖에서 보냈나요?

그리고 몇 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냈나요?

AGI가 모든 지식을 제공하는 시대가 옵니다. 어쩌면 5년 안에요.

그때 당신의 아이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요?

창의성? 회복탄력성? 문제 해결 능력?

이 역량들은 학원에서 배우지 않습니다.

숲에서, 캠프장에서, 바위에 낀 발을 10분 동안 빼면서 배웁니다.


저도 답을 모릅니다.

이게 맞는지는 10년 후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방향으로 가보려 합니다.

주말마다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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