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IQ가 5포인트 떨어졌다: AI 시대 우리 아이 사고력 지키기

지난 50년간 꾸준히 상승했던 인류의 평균 IQ가 최근 20년 사이 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오차가 아닙니다. 노르웨이 연구팀이 1962년부터 1991년 출생자 73만 명을 추적 분석한 결과, 1975년 이후 세대부터 명확한 하락 추세가 관찰되었습니다(Bratsberg & Rogeberg, 2018). 연구팀은 교육 수준 저하, 디지털 미디어 과다 노출, 독서 시간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발견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나중에 태어난 아이의 IQ가 더 낮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이 현상이 유전적 요인이 아닌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증명합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2023년 대규모 연구는 30만 명의 성인을 분석하여 언어 추론, 수학적 사고,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이 일관되게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Dworak et al., 2023). 이 하락세는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AI 도구 사용과 사고력 저하의 직접적 연관성

2025년 1월 발표된 스위스 비즈니스 스쿨의 획기적 연구는 AI 도구 사용과 비판적 사고 능력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냈습니다. 영국의 666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AI 도구 사용 빈도와 비판적 사고 점수 사이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r = -0.68, p < 0.001)를 발견했습니다(Gerlich, 2025).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수치입니다. 특히 17-25세 젊은 연령층에서 AI 의존도가 높을수록 사고력 점수가 현저히 낮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으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작업을 AI에게 맡기면서 뇌가 사고 훈련의 기회를 잃는다는 것입니다. 계산기가 우리의 암산 능력을 약화시킨 것처럼, AI는 논리적 추론과 비판적 분석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아이오와 대학교의 2025년 실험 연구는 더욱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합니다. AI 도구를 사용한 학생들은 단기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AI 없이 치른 테스트에서는 오히려 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AI가 ‘지적 목발’이 되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의 발달을 방해한 것입니다.

유아기와 초등학생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시기는 전전두엽 피질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 뇌 영역은 계획 수립, 의사결정, 충동 조절을 담당합니다. 뇌 발달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에 과도한 스크린 노출은 주의력, 충동 통제, 추상적 사고 능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2024년 프론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발표된 메타 분석은 집중적인 인터넷 검색 행동이 기억 형성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고 보고했습니다. “구글 효과(Google Effect)”로 알려진 이 현상은 사람들이 정보를 기억하는 대신 ‘어디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만 기억하게 만듭니다.

초등학생이 ChatGPT로 숙제를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아이는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전략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거쳐 답을 찾는 과정을 전혀 경험하지 못합니다. 결과만 얻을 뿐입니다. 이는 사고 근육을 키울 기회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흥미롭게도 모든 인지 능력이 동일하게 영향받지는 않습니다. 공간 추론 능력은 비디오 게임, 3D 콘텐츠, 증강현실 등의 노출 증가 덕분에 오히려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어 능력, 수학적 사고, 논리적 추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종단 연구는 1970년 이후 출생 코호트에서 언어 능력과 구조화된 추론이 최대 5 IQ 포인트 감소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초등 교육과 이후 학습에 필수적인 능력이 바로 언어 이해력과 수학적 추론이라는 점입니다. 공간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글을 읽고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학업 전반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한국 아이들이 직면한 현실

한국은 특히 우려스러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초등학생의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가장 길며, 2024년 조사에서 중학생의 68%가 ChatGPT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전년도 32%에서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입니다.

반면 종이책 독서 시간은 10년 전과 비교해 62%나 감소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손글씨 능력의 저하입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의 43%가 기본적인 받아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는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며, 기억을 강화하는 과정입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손글씨는 타이핑보다 뇌의 더 넓은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학습 효과를 높입니다. 이 과정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의 사고력 발달에 공백이 생기고 있습니다.

집에서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

이 모든 이야기가 암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중요한 희망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유전적이지 않습니다. 노르웨이 연구가 명확히 증명했듯이 환경이 원인입니다. 따라서 환경을 바꾸면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AI가 너무 쉽게 그럴싸한 답을 바로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과정 없이 결과만 얻는 학습은 사고력을 키우지 못합니다.

여기에 유튜브, 게임처럼 쉽게 도파민을 주는 것들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세대도 게임을 했고 만화책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때 게임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생각하고, 전략을 세우고, 조작했죠. 지금의 유튜브 쇼츠나 틱톡은 다릅니다.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자극을 제공하고, 아이는 그저 넘기기만 하면 됩니다. 능동적 참여가 아니라 수동적 소비입니다.

그래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그냥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살게 하면 됩니다.

첫째, 아이에게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세요. 자기 전 침대에서, 문제집 하나를 놓고 천천히 풀어보게 하는 겁니다. 바로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 가지 문제에 20-30분이라도 몰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능력입니다.

둘째, 암기보다 “왜?”를 묻는 습관을 만듭니다. 정답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세요. 우리 부모님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셋째, 손글씨로 일기 쓰기, 종이책 읽기, 직접 손으로 계산하기. 이걸 특별한 “아날로그 시간”이라고 정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있으면 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처럼요.

넷째, AI 사용에 대해서는 솔직해집시다. “현명하게 사용해라”는 어른도 못 하는 말입니다. 차라리 아예 숙제할 때는 ChatGPT 접근을 막는 게 현실적입니다. 우리도 시험 볼 때는 책 못 봤잖아요. 그게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섯째, 게임이나 유튜브를 무조건 막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는 놀이(레고, 보드게임, 직접 조작하는 게임)와 수동적으로 소비만 하는 것(쇼츠, 틱톡)의 비율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교육 시스템이 바뀌길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우리 집 거실에서, 저녁 식탁에서,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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