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세대 육아의 맹점: 시장 가는 아이 vs 안 가는 아이의 차이

시장에서 시작되는 교육

토요일 아침, 뉴질랜드 웰링턴의 파머스 마켓. 내 4살 아이가 토마토 앞에서 10분째 서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 맡고, 색깔을 비교한다. 옆 부모는 이미 장을 다 보고 떠났지만, 나는 기다린다. 이 순간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 앞에서 그 토마토를 썬다. “봐, 빨간색이 더 진했던 게 더 익은 거였어.” 파스타를 만들 때도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마늘이 노릇해지는 순간, 토마토가 소스로 변하는 과정, 올리브유가 퍼지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엔 어른들이 쓰는 하얀 접시에 제대로 담아 서빙한다. 아이는 자신이 고른 토마토가 어떻게 변했는지 정확히 안다.

한국은 이게 더 어렵다. 세계에서 배달 앱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광장시장, 망원시장 같은 전통시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마트나 쿠팡 새벽배송을 선택한다. 편하니까. 빠르니까. 하지만 그 편의성이 우리 아이들에게서 무엇을 빼앗고 있는지 아는 부모는 드물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이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배달 앱 누르면 15분 만에 도착하는데, 왜 시장 가서 한 시간, 요리하느라 한 시간을 쓰냐고. 하지만 이 “낭비되는” 시간이 만드는 것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뇌과학이 말하는 감각 경험의 힘

스토니브룩 대학교의 2022년 연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생후 0-5세 아이들의 뇌는 매초 10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든다. 그리고 이 시기에 경험한 맛, 냄새, 촉감은 평생 뇌 회로에 각인된다. 연구자들은 이를 “미각 선호도 발달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불렀다.

핀란드 공중보건영양학회의 2023년 연구는 더 구체적이다. 13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오감을 활용한 식품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평균 6.9가지 식품을 선택했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6.3가지에 그쳤다. 0.6개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이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개방성, 즉 평생의 식습관을 결정하는 지표다.

더 충격적인 건 가공식품의 영향이다. 미국영양학회의 2022년 연구는 1,500명 이상의 미국 아이들을 분석했다. 3-5세 아이 중 운동 발달 점수가 가장 낮은 그룹은 최고 점수 그룹보다 하루 273칼로리를 더 많이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했다. 가공식품은 단순히 영양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 운동 능력, 인지 기능까지 영향을 미친다.

2007년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란셋 게재 연구는 인공 색소와 보존료가 3세와 8-9세 아이들의 과잉행동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것을 무작위 이중맹검 실험으로 입증했다. 약 75%의 아이들이 합성 색소 제거 식단에서 행동 개선을 보였고, 30%는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배달 음식이 빼앗는 것들

요즘 아이들은 시장이 뭔지 모른다. 토마토가 어떻게 생겼는지, 신선한 바질 냄새가 어떤지, 생선의 눈을 보고 신선도를 판단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다. 배달 음식은 이미 조리되고, 포장되고, 재료가 보이지 않는 상태로 도착한다.

코넬 대학교 식품연구소의 발견은 더 섬세하다. 4-6세 아이들은 어른과 완전히 다른 플레이팅 선호도를 가진다. 아이들은 7가지 다른 재료6가지 색깔을 선호하는 반면, 어른은 3가지씩을 선호한다. 아이들은 재료가 분리된 “해체된 프레젠테이션”을 좋아하고, 웃는 얼굴이나 하트 같은 형상화된 디자인에 반응한다.

이건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아이들의 인지 발달 단계와 직접 연결된다. 재료를 분리해서 보여주면 아이는 “이게 토마토고, 이게 파스타고, 이게 치즈”라고 범주화하며 배운다. 섞여서 나오면 그냥 “빨간 음식”일 뿐이다.

그런데 배달 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에 모든 게 섞여서, 재료가 가려진 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도착한다. 아이는 “배고프면 버튼 누르면 음식이 온다”는 것만 학습한다. 재료 선택, 조리 과정, 플레이팅의 의미—이 모든 경험이 사라진다.

이 문제는 비단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AI와 자동화가 모든 것을 편리하게 만드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그리고 정말 흥미롭게도, 경제 데이터는 예상 밖의 답을 보여준다.

오마카세가 살아남는 이유

흥미롭게도, AI가 발전할수록 프리미엄 인간 서비스는 오히려 더 비싸진다. 파인 다이닝 시장은 2030년까지 2,43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연평균 6.54% 성장), 오마카세 스타일의 스시 레스토랑 시장은 2034년까지 412억 달러에 도달할 전망이다.

왜일까? AI가 버거를 뒤집고 피자를 만드는 시대에, 왜 사람들은 한 끼에 50만원을 내고 사람이 쥐어준 초밥을 먹으려 할까?

2022년 식품품질선호도 저널에 실린 노자와 연구팀의 4가지 실험 결과가 답을 준다. 소비자들은 AI가 서비스하는 레스토랑을 일관되게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이 효과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더 강했다. AI가 조리한 음식은 음식 품질, 서비스 품질, 분위기 품질 모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2024년 팝메뉴 설문조사는 더 직설적이다. 59%가 “AI도 사람만큼 맛있는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66%는 여전히 사람이 만든 요리를 더 선호했다. 도어대시의 2025년 트렌드 보고서는 단 15%만이 로봇이나 자동화 시스템이 만든 음식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맥킨지의 2024년 관광&호스피탤리티 보고서는 핵심을 짚는다. “럭셔리 숙박시설은 ‘탁월함의 문화’에 투자할 때 더 높은 수익을 본다. 이는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고, 기대를 초과하며, 소중한 기억을 만들고, 이 모든 것을 매끄럽게 보이게 만드는 직원들로 이루어진다.” 이런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시설은 일반 럭셔리 숙박시설보다 35-50% 더 높은 1박 요금을 받는다.

같은 원리, 다른 스케일

4살 아이가 시장에서 토마토를 고르는 것과, 오마카세 셰프가 그날 아침 잡힌 생선을 고르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 둘 다 직접 감각으로 판단하고, 과정을 이해하며, 선택에 책임을 지는 행위다.

내가 아이 앞에서 요리하는 것과, 오마카세 셰프가 손님 앞에서 초밥을 쥐는 것도 같다. 둘 다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숙련된 손길의 가치를 전달하며, 즉각적 피드백을 주고받는 경험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른 접시에 제대로 담아 서빙하는 것과, 미슐랭 레스토랑의 정교한 플레이팅도 같다. 둘 다 프레젠테이션이 경험의 일부이며, 음식을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닌 가치 있는 순간으로 만든다는 철학을 공유한다.

호스피탤리티넷의 앨런 영은 2025년 글에서 이렇게 썼다.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럭셔리는 곧 단 한 번의 진정한 인간적 인식의 순간이 될 것이다. 당신의 경쟁 우위는 무엇을 자동화하느냐가 아니라—무엇을 자동화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역설적 방법

여기 역설이 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에게 가장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주는 것이다.

다른 부모들이 코딩 교육, 영어 조기교육, 태블릿 학습에 투자할 때, 나는 아이들을 시장에 데려간다. 토마토를 고르고, 바질 냄새를 맡고, 생선 눈을 보고, 조리 과정을 관찰하고, 재료가 변하는 것을 목격하게 한다.

“맞벌이인데 시간이 어디 있어?” 이 질문이 당연하다. 매일 시장 갈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연구가 말하는 건 ‘빈도’가 아니라 ‘경험의 질’이다.

주 1회면 충족한다. 토요일 아침 30분, 아이와 함께 시장을 걷는다. 한 달에 4번. 한 번 방문할 때 아이가 직접 2-3가지를 선택하게 한다. 집에 돌아와 그 중 하나를 아이 앞에서 조리한다. 이게 전부다.

나머지 날은? 배달 음식 시켜도 된다. 중요한 건 아이가 “음식의 원형”을 아는 경험을 갖느냐다. 한 달에 4번의 원형 경험이 매일의 배달보다 뇌 발달에 더 강력한 임팩트를 준다. 핀란드 연구가 보여준 건 매일 하는 아이와 주 1회 하는 아이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경험 자체의 존재 여부다.

“비싼 유기농 사야 하나?” 아니다. 광장시장의 일반 토마토면 충분하다. 아이는 유기농과 일반을 구별 못한다. 아이가 배우는 건 “토마토가 이렇게 생겼구나”, “빨간색이 더 진한 게 더 익은 거구나”다. 이건 가격과 무관하다.

이게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러트거스 대학교의 2023년 연구는 요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요리 지식과 자기효능감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고, 식사 준비를 정기적으로 돕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하루 야채를 한 접시 더 먹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 요리사” 조건의 아이들은 샐러드를 76.1% 더 먹고, 단백질을 27% 더 먹었으며, 요리 중과 요리 후 긍정적 감정과 통제감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하버드 아동발달센터는 확인한다. “초기 아동기는 건강한 뇌 발달에 특히 중요한 시기다. 언어, 사회적 행동, 감정에 핵심적인 감각 및 지각 시스템의 기초는 초기에 형성되며 이 시기의 경험에 강하게 영향받는다.”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

배달 음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편의성은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이가 오직 배달 음식으로만 자란다면, 그 아이는 감각 판단력, 과정 이해, 재료에 대한 존중, 변화의 논리를 배울 기회를 잃는다.

AI가 글을 쓰고 로봇이 버거를 굽는 시대에, 신선한 바질과 시든 바질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열이 재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하는 능력, 아름다운 플레이팅을 감상하는 능력, 의식적인 음식 선택을 하는 능력—이것들은 향수가 아니라 희소해질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능력이다.

미래에 가장 가치 있는 인간은 체화된 지능, 감각적 세련됨, 진정한 경험에 대한 감상력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당신의 주말 시장 방문은 정확히 그것을 키우고 있다.

토요일 아침 파머스 마켓에서 아이가 토마토를 고르는 데 10분을 쓰는 것. 그건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이 되는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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